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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넷플릭스 한국 공포 영화 추천 장산범 : 익숙한 목소리에 느껴지는 공포

by 랑쿤 2021. 6. 8.

장산, 장산범.

안녕하세요. 랑쿤입니다.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 넷플릭스 공포 영화를 한편 추천해 드릴까 합니다. 허정 감독 연출의 2017년작 공포영화 [장산범]입니다. 

 

2010년대 중후반, 인터넷에는 그간 한국에서 보기 어려웠던 괴생명체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들은 다양한 곳에서 분포하고 있었지만 공통되게 길고 하얀 아름다운 털을 가진 호랑이 형상의 괴수가 사람과 동물, 그밖에도 다양한 소리를 흉내내는 신통력을 가지고 있어, 그 목소리로 사람들을 홀려서 잡아먹는다는 것이었죠.

 

녀석의 고향으로 전해진 부산 장산의 이름을 따서 호랑이 괴수는 장산범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제일 귀엽(?)게 나온 장산범 이미지입니다. 다른 건 놀라실까봐... 출처 : 마음의 소리 

이렇다할 크럽티드가 존재하지 않았던 한국에서 나타난 이 으스스한 마물에게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반응 했고 다양한 목격담들이 설정으로 굳어지면서 장산범은 대한민국의 어딘가에 아직도 존재하는, 사람을 잡아먹는 요괴로 자리잡게 됩니다. 

 

그리고 당신이 알고있는 '목소리'

장산범 공식 티저

[장산범]은 이 장산범 열풍이 다소 잠잠해질 때쯤 개봉했습니다.  크럽티드, 혹은 요괴에 가까운 장산범을 실체없는 악령으로 만들고 한국적인 분위기의 무속과 결합하여 독특한 컨샙의 공포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허정 감독의 전작 [숨바꼭질]도 그랬지만, 익숙하거나 또는 이미 정해진 패턴이 있는 소재를 변주하여 낮선 색채로 다가오게 만드는 영화라고 해야겠습니다.

부산의 장산. 사람들이 오래전에 죽은 친척과 친구의 환청을 듣다가 실종는 사고가 빈번하여 폐쇠된, 어느 동굴. 애인과 공모하여 부인을 살해하고 동굴에 유기하려던 남자는 동굴에 버린, 분명히 죽었을 부인의 목소리에 홀려 그곳에 갇혀있던 무엇인가의 봉인을 풀고 맙니다. 

혼비백산한 남자과 내연녀가 사라지고 얼마 후.

 

5년전 첫째 아들 준서를 잃어린 희연(염정아 분)과 민호(박혁권 분) 부부는 준서가 사라진 서울에서 도망치 듯 이제는 외동딸이 되어버린 준희와 함께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의 고향, 부산의 장산으로 이사를 하게 됩니다. 희연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며 최선을 다하는 보기 드문 며느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준서를 찾겠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마지막에 함께 있었던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의 기억이 잠깐이라도 돌아올까 제대로된 처치를 하지 못하면서도 시설에 보내드리지 않고, 본인도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하는 희연은 이미 심하게 망가져, 남편 민호 뿐만 아니라, 하나 뿐인 딸 준희에게도 신경을 쓰지 못하는 상태였죠.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온 동네 아이들을 따라서 희연과 민호는 봉인에서 풀려난 장산범의 동굴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어디서 나타났는 지 모르는 소녀와 만나게 됩니다. 

 

 

희연은 학대받고 집을 나온 것으로 보이는 소녀에게서 잃어버린 준서를 비춰보며 모성애를 느끼지만,

 

그 아이가. 

희연의 친딸, 준희의 목소리로 그 아이가 말을 하는 순간. 위태롭게 유지되던 가족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귓가에서 들리는, 친근한 누군가의 속삭임과 함께.  

 

 

잘 짜여진 갈등 구조와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끈적하고 밀도 높은 공포.  

 

[장산범]은 우리가 알고 있던 장산범과는 전혀 다른 궤의 악신을 장산범으로 등장시키는 생소한 설정으로 몰입이 어려울 법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인 희연과 그녀를 따르는 정체 불명의 소녀에게 빠르게 이입할 수 있는 이야기의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토리로 관객을 이입시키려는 영화들이 흔히 보이는 것처럼 도입부가 늘어지지 않고 빠르게 짚어야 하는 부분을 꼬집으며 관객을 이끌어 나갑니다. 

 

바로 전에 소개했던 [곤지암]과는 반대로 점프스캐어와 같은 빠른 화면 전환을 적절한 선으로 절제하면서 목소리로 사람을 홀리는 장산범이라는 존재가 주는 공포의 핵심을 정확하게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공포감이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 장산범은 극의 긴장감을 아주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아쉬운 결말

[장산범]의 꽉 들어찬 이야기의 구조는 아쉽게도 그 밀도가 끝까지 유지되지 않습니다.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 견고하던 고리를 헐겁게 하는 무리수들이 슬금슬금 튀어나면서 몰입감이 떨어지면서 결말부가 가져와야할 여운이 상당히 떨어져 버리고 맙니다. 

이 짤은 본문의 내용과 아주 깊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중반부를 넘어서 등장하는 몇몇 인물들의 역할이 모호하고, 전개가 다소 억지스러운 측면이 등장하면서 아쉽게도 마지막에는 도입부와 중반부까지의 높은 긴장감이 거의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결말부가 그 과정만 설득력이 있었다면 꽤나 여운을 남길 것 같은 구성이라서 더욱 아쉬운 부분입니다. 

 

아쉬운 마무리, 하지만 초중반의 깊은 인상만으로도 감상할 가치가 있습니다. 

첫인상이 강렬했던 만큼 마무리가 아쉬운 [장산범]이었습니다. 

하지만, 중반부까지의 영화가 보여주는 공포감은 스토리를 이용한 묵직한 공포라는 것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염정화, 박혁권의 주연급 성인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 없이 괜찮았고, 그에 더해서 정체 불명의 소녀 역을 맡았던 아역배우 신린아의 연기가 있지도 않은 부성애를 자극할 지경이라 공포 영화를 즐기신다면 한번쯤 즐기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넷플릭스 공포 영화 [장산범]에 대한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