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 다큐멘터리, 곤지암
안녕하세요. 랑쿤입니다. 오늘은 한국 공포영화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페이크 다큐기법을 활용하여 화재가 되었던 공포영화 곤지암(2018)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실제로 있었던 일에 대한 기록 영상처럼 영화 만드는 기법입니다. 작중 등장인물들의 시점을 따라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몰입감이 높고 한정된 시야에서 오는 정보의 한계량 때문에 높은 긴장감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공포나 스릴러 등에서 꽤 시도되는 기법입니다. 이렇게 사용되는 경우, 파운드 푸티지라는 이름으로도 부르는 모양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블래어 위치(1999)나, 파라노말 엑티비티(2009)로 다수의 시도가 있었고 성과 또한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방식이라, 이 곤지암이라는 영화의 등장이 꽤나 반가웠습니다.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한국 공포의 명작 [기담]을 훌륭하게 연출했던 정범식 감독의 작품이기도 했기 때문에 기대감 또한 컷는데요.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곤지암 정신병원... 그곳에는...
영화 곤지암은 '호러타임즈'라는 가상의 개인방송에서 CNN이 선정한 세계 7대 괴기 스팟으로 유명한 곤지암 남양정신병원으로 담력 체험을 하러 갔던 2명의 고등학생이 실종되어버린 영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호러타임즈'는 국내의 유명 호러 스팟을 돌며 그들의 체험을 중계하는 것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었고, 심상치 않았던 고등학생들의 실종영상을 앞에 두고 그 진상을 파해치겠다는 장담과 함께 체험단을 모집하기 시작합니다.
호러타임즈의 리더 하준은 운영진인 지현, 성훈, 승욱과 함께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하고, 이 곤지암 체험 방송이야 말로, 자신들에게 다시 없을 기회라는 확신을 갖기 시작합니다.
이윽고 출발 당일, 네 명의 '호러타임즈' 운영진은 체험을 생중계하여 대박으로 큰 돈을 벌생각에 흥분해 있었고, 엉뚱하지만 당찬 여대생 아연, 괴기 스팟을 체험하는 것을 취미로 하는 샬롯, 어리바리하지만 선량한 제윤으로 구성된 체험 지원자들은 일상을 벗어난 짜릿한 경험을 기대하며 약속 장소에 모여듭니다.
곤지암 정신병원에 도착하여, 베이스 캠프를 설치하고 일정과 장비를 준비한 뒤 체험에 들어간 '호러타임즈', 하지만 화려한 성공을 위해, 그리고 짜릿한 경험을 위해 시작한 공포 체험은 화려하지도, 짜릿하지도 않은 끔찍하고 돌이킬 수 없는 악몽이 되어 20대의 청춘들을 휘감습니다.
사연도, 감동도 없는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잘 짜여진 공포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귀신인데요... 저는 공포영화를 좋아해서 어지간한 장면은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편인데, 이 귀신의 등장씬에서는 고함을 지를 정도로 놀랐습니다.
영화 [곤지암]에서 가장 손에 꼽을 특징이라고 한다면, 스토리 자체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넣었다기 보다는 스토리는 공포를 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고 90여분에 달하는 시간동안 초반의 도입부 잠시간을 제외하면 오직 관객을 무섭게 하기 위해서 쉴틈없이 달려간다는 것입니다.
배우들의 사연은 성공을 위해, 즐거움을 위해 같은 아주 단순하고 1차원적인 동기 수준에서만 주어지고 곤지암 정신병원에 머무는 귀신들의 사연 또한 중요하지 않습니다. 배경 설정은 존재하는 것처럼 띄엄띄엄 힌트가 비춰지지만 결국 대체 무슨 이유가 있어 '호러타임즈'의 젊은이들이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지를 이해시키려 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짤없는 없는 공포야 말로, 제가 이 영화가 잘만들어졌다고 이야기 하는 이유인데요. 군더더기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단순한 구성에 점프스케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하드한 공포를 경험하고 싶은 마니아들을 위한 공포영화로 완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 출현하는 7명의 신인 배우들 역시, 모험적인 시도같은 것이 아닌 철저하게 의도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에게 생소한 얼굴들이 등장하여, 현실감 넘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촬영된 영상은 마치 실제로 촬영된 영상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면서 영화가 풀어내는 공포를 더욱 현실감있게 만들어줍니다.
에어컨을 켜기 전에, 곤지암을 추천드립니다.
한국영화에는 제가 생각하는 몇가지 흥행 공식이 있는데요. 그중에서 감동이라는 코드를 끼워 넣는 것도 포함됩니다.
그간 한국의 공포영화들 중에는 어설프게 스토리에 안타까운 사연 따위를 끼워넣으려는 시도를 하다가 영화자체가 이도저도 아닌 잡탕이 되어버리는 물건들이 꽤 많았습니다. 무서운 것을 원해서 보는 공포영화와 감동이라는 키워드는 잘 섞이지 않는 종류일텐데 의외로 이런 모양으로 실패하는 케이스들이 제법 있었죠.
[곤지암]은 그런 영화들에 대한 정범식 감독의 대답처럼 보입니다. 공포영화는 공포를 위해 만들어져야 하고, 그외의 것들은 부산물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밀도 높은 공포를 90분의 영상에 꽉 눌러 담았죠. (가득 차게 담은 다음에 발로 밟아서 밀어 넣고 한번 더 담은 듯)
영화 안에 정치적인 코드가 숨어있다는 이야기가 조금 있었지만, 그걸 이해하고 못하고가 영화를 즐기는 것에는 조금의 영향도 미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이스터에그라는 것이죠.
슬슬 더워지는 여름. 에어컨을 틀며 전기세를 신경쓰시기에 앞서, [곤지암]을 보며 싸늘한 밤을 보내시는 건 어떨까요.
한줄평 : 빠른 화면 전환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놀라기 좋은 공포영화, 군더더기가 없어서 부담도 없다.
※마침 넷플릭스에서도 서비스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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