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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할 수 있다. 호날두 노쇼 사건. 그날의 참혹한 기억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전엔 쪽팔려서 말을 못했다...)

안녕하세요. 랑쿤입니다. 오늘은 조금 개인적인 썰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2019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스포츠 이벤트였던 유벤투스 방한에서 벌어진 호날두 노쇼 사건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 글은 아무런 영양가 따위 없습니다. 얀센 맞고나서 슬슬 올것이 오고 있는 상태라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아무렇게나 싸지르는 불쏘시개, 아니 데이터쏘시개에 불과합니다. 

 

어쨌거나 말입니다. 네, 저는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그날의 기억을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면 바로 그렇습니다.

참혹했죠. 

때는 바야흐로 2019년 7월 

작렬하는 태양을 뚫고 비지땀 구슬땀을 흘러가며 젊음(?)을 불살라 밥벌이를 하고 있던, 지난 2019년의 여름, 저는 유벤투스 당사에서 네임드로 활동하는 친구로부터 귀가 번쩍 뜨이는 제안을 들었습니다. 

유벤투스가 한국에 온다. K리그 올스타와 친선경기를 치른다. 

티켓이 30만 얼마?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지안루이지 부폰, 조르지오 키엘리니, 곤잘로 이과인, 레오나르도 보누치, 미랄렘 피아니치, 그리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마데이란지 뭔지 하는 곳에 있는 그분,,, 의 동상이라는군요. 부숴버릴... 아, 아닙니다. 

[유럽 축구의 최선두에 있는 구단이 한국으로 투어를 올 확률] * [그 구단에 현 축구계 최정상의 플레이어가 있을 확률] = [내 일생에 두 번은 없을 수 있음]

 

호날두의 팬은 아니었지만, 저는 리버풀 FC의 오랜 팬이었고 유럽축구를 오랫동안 봐왔기 때문에, 동시대 최정상 아니 금세기 최정상의 선수 중의 한명의 플레이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7월 26일 시작부터 불길했던 바로 그날

그리고 시간은 흘러 7월 26일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전 당일. 저는 회사에 시원하게 반차를 때리고 부리나케 상암으로 쨌습니다. 그날 공식적인 저의 반차 사유는 [호날두 방한]이었습니다. 

 

네, 결제하는 상사도 기가막히고 최종적으로 그걸 본 대표님도 기가막히고 나중에 그걸 확인한 저희 팀원들도 기가찼을 겁니다. 반차 결제가 떨어지던 날, 저는 사장실까지 불려갔고 반차 사유가 이게 뭐냐는 대표님의 물음에 확신에 차서 말했습니다. 

호날두가 옵니다.(=천재지변급 이벤트입니다.=무엇도 날 막을 순 없으셈.)

아마 이 새끼가 도랐구나 싶으셨을 겁니다. 어쨌거나 사장실에 올라간 제 눈이 광기에 번들거리고 있기 때문이었는지 결제는 단박에 떨어졌고 저는 경기 시작시간인 8시보다 다섯 시간(?!) 먼저인 3시에 상암에 도착하여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비가 오기 시작했죠. 

 

돌이켜 생각하면 이때 환불받고 튀었어야 했습니다. 

아직 사람이 다 모이지도 않았던 시점에 찍었던 이 사진, 비가 잠깐 그쳤을 때입니다. 30도를 웃도는 기온, 비 때문에 높아진 습도, 광란에 빠져 호날두를 보려고 몰려든 미칠 듯이 많은 인파.

 

푹푹찌는 개떡같은 날씨에 아무리 봐도 제대로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개판 1보전의 진행상황. 미친듯이 치솟을 불쾌지수가 언제 폭력사태로 번져도 이상하지 않았던 그날의 환경에서도 사람들은 놀랍도록 밝고 활기찼습니다. 그들도 저와 같은 생각이었을 겁니다.

나는 근 10년 어쩌면 내 평생 동안에 한번 있을 수 있는 이벤트에 와 있다.

그리고 약속의 8시에 가까워 우리는 우비를 뒤집어쓰고 유베당사 지정석인으로 입장하는데 성공했습니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에 한국에서 본적 없을 것 같았던, 꽉차다 못해서 터져버릴 것 같은 상암 구장의 내부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흥분되지 않을 수 없었죠. 무려 6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을 것으로 추정 된다고 합니다. 

 

끓어오르는 분위기에 팬도 아닌데 유베당사측에서 나눠즌 유벤투스 응원가를 목이터져라 때창을 할 지경이었으니, 말 다했습니다. 

 

약속의 8시. 약속의 8시 1분, 약속의 8시 2분... 뭐야 이거?

하지만 킥오프 시간인 8시가 지나도 유벤투스 선수들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몸푸는 시간을 합하면 8시보다 한참 전에 경기장에 모습을 나타냈어야 하는 유벤투스 선수들이 보이지 않았죠. 우비속으로 차오르는 찜통같은 더위에 인간 수육이 되고 있던 저희에게 비보가 날아듭니다. 

유벤투스 차막혀서 늦는단다.

사실 그날 유벤투스는 자동차 뿐만아니라, 비행기도 연착이 터져 3시간 가량 늦게 출발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소식이 전해졌을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유벤투스는 물론 호날두의 알파벳 하나도 입에 담지 않았습니다. 늦었지만 경기장에 입장하는 유벤투스 선수들을 환호로 맞아 줄 만큼 기대감도 여전했습니다. 

 

8시 57분 킥오프 ... 그리고 전반전 

K리그 올스타에게는 죄송하지만, 사실 유벤투스가 체력이 많이 소진되는 일정을 소화하고 왔다고 하더라도 저와 친구들은 유벤투스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습니다. K리그가 시즌중이라 감각이 올라와 있다고는 하지만, 각기 다른 팀에서 올라온 올스타들이 오랫동안 합을 맞춘 유벤투스를 이기는건 어렵지 않을까 짐작했던 것이죠. 

 

하지만 전반 10분이 지나기 전에 오스마르의 중거리 슛이 유벤투스 골대를 가르면서, 경기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게 됩니다. 물론 유벤투스가 어 이거 뭐야? 라고 말하듯이 만회골을 때려박기는 했지만, 이 이벤트 매치가 생각보다 흥미롭게 진행될 거라는 생각에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아직 호날두는 벤치에 앉아있었지만, 까짓거 후반전에 나오면 된다고 생각했죠. 

 

출처 연합뉴스

그리고 전반이 종료되기 얼마전, 세징야가 K리그 올스타 팀의 추가골을 넣고 호날두의 면전에 호우 세레머니를 작렬하면서 상암 6만 관객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불구덩이가 되었습니다. 

 

이제 후반전에 호날두가 벤치에서 뛰쳐나와 만회골을 때려넣고. 오리지널 호우를 시전하기만 하면, 찜통같은 폭염과 빗속의 경기도, 1시간이나 지연된 일정도 그까짓 헤프닝으로 끝나고 말 일이었습니다. 

 

적절한 배신의 후반전

눈치 채셨겠지만, 경기 시작 후에는 사진이 없습니다. 전반전은 재미져서 사진찍을 생각을 못했지만, 호날두 나오면 꼭 찍겠다던 후반전은... 빡쳐서 야유하느라 사진따위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출처 인터풋볼

호날두는 저렇게 코나 파며 자신들을 연호하는 관중에게 화답은 커녕 애써 무시하려는 대응으로만 일관했고 급기야 관중석에서는 메시 연호가 터져나오기 시작합니다.

출처 유튜버 축구 좋아하는 여자 님 

네... 저 우렁찬 야유 속에는 제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아마 작지 않았을 겁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는 개XX

11시가 넘어서야 그날의 경기는 끝이 났습니다. 메시의 이름이 나왔을 때, 호날두는 뚜껑이 열리는 반응이었지만 이미 저희 뚜껑은 박살나서 3미터 전방을 굴러다니고 있었죠... 

저는 상암 경기장을 벗어나서, 친구들과 한참을 걸어 합정까지 간 뒤에 야식을 먹고 헤어졌습니다. 야식을 먹는 김밥집에서는 정말 2002년 이후에는 본적없는 대단결의 장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행사를 주최한 이벤트사가 빤스런을 했네, 사기를 쳤네, 호날두가 사기를 쳤네, 사리가 담배를 폈네(?) 등등등 

밥을 다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왜 이리 멀기만한지... 

 

지금이야 별것 아닌 것처럼 이렇게 창피한 이야기로 풀지만...정말 그때... 하... 

 

정말 아무런 영양가도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이글을 진짜 왜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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