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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넷플릭스 공포영화 2021년 신작 : 제8일의 밤 [매운 맛-리뷰]

by 랑쿤 2021. 7. 7.

오래전 부처에 의해 봉인된 '그것'의 두 눈. 파키스탄의 사막에서 붉은 눈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대한민국 대구 북산의 암자에서 '그것'의 검은 눈의 봉인을 지키던 하정 스님은 위기를 느낍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하정 스님은 어린 제자 청석에게 오래전 하산한 선화를 찾으라는 하명을 남기고 입적(스님의 죽음)하게 됩니다.

 

제대로 된 단서도 없이 파계한 승려 선화를 찾아나서는 청석, 그리고 붉은 눈을 발굴한 학자의 광기에 찬 의식과 함께 '그것'은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위한 일곱 징검다리를 하나씩 밟으며 불길한 징조를 드리우죠.

 

한편, 갑자기 등장한 괴상한 변사체들의 배후를 쫓는 호태와 동진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 '그것'에게 다가가고 있었는데.

 

 

1. 제8일의 밤 그 화려한 서막

안녕하세요 랑쿤입니다. 오늘은 얼마전 공개된 넷플릭스 공포영화 신작 [제8일의 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공포영화의 팬이라면 넷플릭스에서 한동안 꾸준히 노출되었던 [제8일의 밤]의 티저무비를 보고 나오면 꼭봐야지 하고 기억하고 있을 만큼, 기대를 받았던 이 영화는 미생으로 유명한 배우 이성민, 그리고 떠오르는 신예(?) 김유정의 출현만으로 이미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두 배우를 제외한 나머지 배우진이 꽤나 낯설고, 감독까지 처음보는 얼굴이었지만 어쨌거나 이 정도의 배우들을 끌어들인 영화이고, 최근들어 이런 류의 오컬트 공포 분야에서 한국 영화가 사바하, 곡성, 검은 사제들 같은 괄목할만한 작품들을 내놓은 이후였기 때문에 저 역시 영화가 공개되자마자 불까지 다 꺼놓고 감상에 동참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그리 잘 조리된 요리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2. 공포영화인데 무섭지가 않다. 애초에 공포가 아닌거 아냐?

공포영화는 무서워야 합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으스스한 분위기도 크지 않고, 공포스러운 연출이 몹시 모자랍니다. 스릴러와 공포의 경계에 걸쳐 있는 영화들의 경우, 공포영화가 흔히 사용하는 수법인 빠른 화면전환이나 갑자기 들리는 소리 같은 것을 지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분위기가 확실하게 살아나야 합니다. 즉 분위기가 무서워야 한다는 것이겠죠. 

 

문제는 으스스한 효과음의 정석에 가까운 것들이 120분에 가까운 러닝타임을 꽉꽉 채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무섭지가 않습니다. 공포영화들이 흔히 택하는 정석적인 연출을 포기하고 분위기를 택한 것인 만큼 무섭고 미스터리하고 두려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을텐데, 진짜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이 영화가 공포영화가 될뻔했던 유일한 장면

영화를 두번째로 복기하면서 찬찬히 생각해 보니. 그런 인상을 받은 이유는 첫째, 영화 자체가 공포영화라는 형태로 홍보를 했을 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컬트를 소재의 으스스한 퇴마 모험극...? 정도라면 이른 미적지근한 느낌도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싶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공포 영화보다는 저예산으로 만든 미이라(2017-톰 크루즈 주연)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둘째, 이야기를 풀어야 할 인물이 좀 많았고, 거기에 욕심을 부리다 보니 미지의 악의 부활을 막아야하는 두렵고 처절한 사투가 주가 되야할 이야기가 너무 자주 탈선을 겪어서 집중이 안됩니다. 제가 이전에 곤지암(2018)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 공포영화가 망작이 되는 경우 중 하나가 어떻게 든 등장인물들에게 사연을 집어넣어서 짠한 여운을 주려는 욕심을 부리다가 공포도 잡치고, 감동도 잡치는 잡탕이 되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적이 있는데요. 

 

그거랑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에 더해 한국형 오컬트를 언급한 기사등이 꽤 눈에 띄었는데, 오컬트 영화로 볼만한 요소는 별로 없었습니다. 사바하나, 곡성에서처럼 그 배치만으로 읽어낼 수 있는 상징이 부재했습니다. 한국적인 오컬트라는데 한국의 무속적인 요소를 극도로 억제하는 듯한 인상까지 받았죠. 영화를 오컬트로 생각하고 진지하게 오픈했다면, 다소 맥빠지는 이야기랄까요. 퇴마를 한다고 오컬트다 라고 주장하면 귀신 나오는 영화는 다 오컬트 영화가 되고, [싸우자 귀신아]도 오컬트 웹툰이었을 겁니다.  

 

3. 반전 네 그거 좋은데요... 그런데요. 

[제8일의 밤]에는 몇 가지 반전이 있습니다. (김상중 톤) 그런데 말입니다. 그 반전이 몹시도 성의가 없습니다. 이러면 좀 충격적일거야 이러면 우와 우와 할거야 라고 생각하고는 그냥 그걸 어떻게 자연스럽게 배치해서 녹여둘까 하는 안배가 별로 없습니다. 스포일러를 하지 않고는 설명이 대단히 어려운 부분인데. 

흔히 막장이라고 불리는 드라마가 반전을 띄울 때를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복선이랍시고 건성으로 힌트 비스무리한거 던져놓고는 전개를 뒤집어 버리는 것인데. 뒤에 설명을 늘어놓지만 매끄럽지 못한 기승전결을 급전개 시킬 목적으로 + 반전 지리네요. 이런 감상평을 듣고 싶어서 무성의하게 배치해 두고는 성의가 없어 보일까봐 설명을 더했을 뿐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슈퍼맨VS배트맨에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장치로 사실 슈퍼맨과 배트맨의 어머니 이름이 같았다는... (지금 생각해도 이게 제정신으로 할 생각인가 싶은-차라리 이부 형제였으면 진짜 충격을 받기는 했을 듯) 것을 반전(?)이랍시고 써먹었던 거랑 느낌이 비슷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게 슈퍼맨이나 배트맨이 아니었기 때문에 깊은 빡침을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4. 넷플릭스, 별점 도입이 시급합니다.

저는 네티즌 별점 제도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단순히 영화가 기대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잘 만든 영화에 저평가하기도 하고, 자신이 다니는 종교를 소재로 써먹었다는 이유로 테러를 하기도 하고,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가 나왔다는 이유로 만점을 때려박기도 하는 등. 아무나 평가를 할 수 있어서 그냥 화력 좋은 집단이 덤벼들면 얼마든지 물타기가 가능하다고 보거든요. 

뭐 이렇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궁금하면 찾아보시죠. ㅎㅎㅎ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걸 없애는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아예 다수 집단이 평가한(그나마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지표조차도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는 개인의 호불호로 좋아요 싫어요 만을 알려줄 수 있고, 그것이 집계된 점수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게 진짜 골때리는게, 저의 경우 넷플릭스에서 보는 공포영화 중에 진짜 쓰레기다 싶은 영화에도 싫어요를 누를 수가 없습니다. 이러면 비슷한 소재를 채택한 공포 영화가 컨텐츠 추천에서 덜 나오게 됩니다. 저는 소재가 싫은게 아니라 개떡같이 만들어진 '한 작품'이 싫을 뿐인데 말이죠. 

 

그런 측면에서 넷플릭스의 컨텐츠 생태계는, 오늘의 한국 TOP10에 떠버리면 일단 질과 상관없이 시청수는 나오는 구조가 되어버립니다. 넷플릭스 외부에서만 작품에 대한 평가를 찾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물론 그러니까 저 같은 블로거놈이 이런 글을 쓰고 또 봐주는 분들도 생기는 것이겠지만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컨텐츠 생태계라면 결국은 질이 낮아져도 거를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죠. 그리고 그런 컨텐츠를 위해 우리가 돈을 써야 할까요?

 

6. 결론 : 공포라고 생각하고 보지 않으면 괜찮을 지도 모릅니다. 

[제8일의 밤]은 공개된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범작으로 보기에도 좀 모자란 영화라는 평가를 받게될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했고, 너무 불편하지 않으려 했고,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예쁨받고 싶어하는 듯한 욕심이 군더더기처럼 남아서 영화가 대체 무슨 이야길 어떻게 하고 싶은 지를 생각하느라 시간을 쓰게 만드는 류의 영화였습니다. 

 

넷플릭스의 '곡성'이 나올 것인가 하고 기대를 해서 더욱 실망감이 컸는지도 모르겠지만, 단순히 배우들의 파워가 작품의 파워와 연결되기 어렵다는 사실도 입증되는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추천까지 드릴 영화는 못되겠습니다.

 

한줄평 : 너무 많은 것을 때려박은 찌개, 건더기의 다양성에 집중하느라 정작 국물이 하나도 없다는 걸 잊어버렸다.

 

지금까지 긴 글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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