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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자기기

엔비디아는 제2의 애플을 꿈꾸는 가

by 랑쿤 2022. 9. 23.

엔비디아 애플 썸네일
이미지 출처:엔비디아

 

얼마 전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제조사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던 EVGA가 그래픽카드 설계와 생산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컴퓨터 부품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EVGA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90 Ti 킹핀
출처 EVGA

 

20년간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를 생산했고, 북미와 유럽에 걸쳐 거대한 팬덤을 가지고 있는 제조사가 엔비디아를 떠난다는 것은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아주 나쁜 소식이었겠지만, 엔비디아 미래에 건승을 빈다는 예의상의 코멘트 외에는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주요 파트너의 이탈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는 엔비디아. 엔비디아의 회장 젠슨 황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엔비디아는 파트너의 이익에 관심이 없었다.

엔비디아가 애플처럼 자신들의 GPU 제품에 대해 배타적인 생산 판매 체제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간 상당히 시장에 투영되어 왔습니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레퍼런스로 생산되던 그래픽카드 설계의 예시가 되는 모델의 생산을 밴더사에게서 빼앗아 파운더스 에디션이라는 독자적인 제품으로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엔비디아 4080 파운더스 에디션
출처:엔비디아

 

3000번대 RTX 그래픽카드에 이르러 파운더스 에디션은 밴더사가 따라잡기 어려운 가격대를 지속적으로 고수하면서 시장에서 엔비디아 GPU를 통해 그래픽카드를 생산하는 파트너들이 가격을 책정하는 것에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가격 폭등 속에서 이것이 소비자를 위한 행위로 포장되기도 했지만, 리서치 회사 JPR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마진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코로나 시점에 60% 이상이 된 반면, 파트너들의 마진율은 5%대까지 추락하였습니다.

엔비디아와 파트너사 마진율
출처:JPR

 

결과적으로 엔비디아는 코로나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마진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파트너 생산자들의 마진을 희생하고 원가 상승분을 떠넘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엔비디아는 애플이 되고 싶은 걸까.

지난 몇 년 동안 엔비디아가 보여준 행보는 이러한 애플의 모델에 직접적으로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들이 설계하는 소프트웨어, 칩셋을 사용하는 제품을 탑재한 제품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레퍼런스 제품을 만드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입니다.

실제로 삼성도 구글의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스마트 폰인 넥서스를 생산했던 적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제품의 경쟁력이 지나쳐 파트너들의 제품에 압박을 가하는 상황은 상당히 드문 일일 것입니다.

또한 엔비디아가 파운더스 에디션 그래픽카드의 가격을 밴더들이 맞추기 힘든 수준으로 책정한 것을 볼 때, 파트너 업체들의 이익이 떨어질 것을 몰랐다고 변명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 엔비디아가 애플과 마찬가지로 자체적인 생산 물량으로 시장을 석권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입니다.  

 애플은 자신들이 생산한 프로세서를 자신들의 제품에만 탑재하여 완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자체 생산 공장은 없지만 독자적인 설계 노하우, 제품을 생산하는 협력사의 관리를 통한 품질관리, 직접 생산 판매 체계가 갖춰지면서 이미 우월한 브랜드 가치를 지니는 애플 제품은 판매 실적과 이익 부분에서도 다른 제조사를 압도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습니다. 

GPU 시장에서 애플과 비슷한 입지에 있는 엔비디아의 상황에서 애플의 모델은 상당히 흥미로웠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애플과 엔비디아는 애플 맥 시리즈에 탑재하는 그래픽카드의 지원 문제로 신경전을 벌인 끝에 애플 측에서 엔비디아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여 사이가 상당히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픽카드계의 애플은 가능할까

현 상황을 생각해 보자면 엔비디아가 자체 생산 제품만으로 애플처럼 전 세계를 관리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생산량은 주문을 많이 하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큰일이 아닐 수 있지만 생산된 물량을 관리하는 사후 서비스의 부분은 엔비디아가 지금까지 해오지 않았던 영역입니다. 

엔비디아 자체 제작 그래픽카드는 지금까지 전체 시장에 비하면 극소수에 불과했고 관련 인프라도 시장 전체를 관리할 수 없을 게 분명합니다.

게다가 엔비디아는 애플과 다르게 AMD라는 경쟁자가 존재합니다.

감성으로 대변되는 애플의 브랜드 가치는 때때로 허상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사용자의 경험을 최적화하는 것을 중점으로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에 성공했고 이런 애플의 성향은 수많은 스마트폰 제조사 중에서 애플을 독보적인 위치에 올리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래픽카드라는 분야에서는 이런 '감성'적인 브랜드 가치를 획득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엔비디아가 지난 수년간 그래픽카드 시장을 지배한 것은 단순하게 지포스 그래픽카드의 성능이 경쟁자인 AMD보다 우월하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었습니다. AMD는 불도저의 처참한 실패와 이로 인해 절망적이 된 회사의 재정 상황을 회복하기 위해 그래픽카드 분야에서 일시적인 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고 한동안 시장은 엔비디아의 독주가 이어졌습니다.

라이젠 CPU가 등장하고 인텔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을 시작하면서, AMD는 다시 그래픽카드 시장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리하여 가장 최근 출시된 6950 XT에 이르러서는 끝내 엔비디아의 3090 Ti를 따라잡는 것에 성공하게 되었죠. 

DLSS, 레이 트레이싱 등, 엔비디아가 차별화를 염두에 둔 기술들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 기술들은 유사한 DLSS는 대체품이 이미 AMD에도 있고, 레이 트레이싱은 게임 성능을 상당히 저하시켜서 2세대가 지나도록 적극적으로 쓰기가 어려운 기술입니다. 

AMD의 차세대 그래픽카드로 예상되는 RX 7000 시리즈들이 어떤 성능을 보이느냐에 따라서 상황이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는 것이죠. 자칫하다가는 방만하게 경영하다가 AMD에 일격을 얻어 맞고 삽시간에 휘청거리는 신세가 되어버린 인텔의 전례를 맞게 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